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 전역에서 아파트 임대료가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미국 주요 도시에 아파트를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임대료 하락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미국 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간) 부동산 정보전문 사이트 ‘줌퍼(Zumper)'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새너제이 등 4개 도시에서 원룸 아파트의 임대료가 1년 전보다 모두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줌퍼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원룸 임대료가 지난해보다 9% 내린 3,360달러(약 407만원), 투룸 임대료는 6% 내린 4,420달러(약 536만원)로 나타났다.

원룸 아파트뿐만 아니라 고급 아파트 값도 함께 하락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라스 엘리먼의 보고서에 따르면 5월 맨해튼 고급 아파트 중간 임대료는 월 7,825달러(약 949만원)로 4월보다 10% 떨어졌으며 전체 아파트 중간 임대료는 3,546달러(약 430만원)로 4월보다 3% 하락했다.

보고서에서는 일반적으로 5월에 신규 임대가 급증하지만 지난 5월에는 전년보다 62%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봉쇄령)으로 임대업자들이 매물을 보여주기 어려워지고, 임대자들 또한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 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야디 매트릭스의 제프 애들러 부회장 겸 총괄 매니저는 "선택해서 임대하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내놓으면서 임대료가 하락하고 있다“면서 ”도시에 잠깐 머물던 젊은 1인 가구 전문직 종사자들이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답했다.

임대업자들은 임대인을 찾기 위해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더 지불하거나 임대인에게 임센티브를 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더글라스 엘리먼의 맨하튼 중개업자로 일하는 크리스티나 페이시스는 "임대업자들이 12개월 임대 계약에서 1달 무료 임대를 2달 무료 임대로 늘리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엘리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임대업자가 부담하는 인센티브는 신규 임대 계약의 42%로 4월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미국 대도시의 임대료 하락이 장기화 될 것으로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의 IT 공룡 기업에서 영구적인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 근무 형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미국 부동산 현황을 이용해 싼 가격에 아파트 거래를 진행 할 수 있는 기회로 보기도 한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라스 엘리먼의 할 가브지에는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며 “봉쇄 완화 조치로 뉴욕에 있는 아파트들을 임대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시작되면 아파트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어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