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게 마련입니다. 미국 정부가 나서서 예금자 보호 조치를 발표하긴 했지만 불씨는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은 중소은행으로 옮겨 붙을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연쇄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고,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수도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요즘 뱅크런은 은행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훨씬 위력적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송무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미국 11개 주에 80개 지점을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이른 새벽부터 맡긴 돈을 찾아가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헤먼 파블로 / 美 경제 유튜버
"내 돈 넣은 은행도 망할까봐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이건 실리콘밸리은행이 아녜요. 뱅크런이 다른 데서도 일어나고 있어요!"

이 은행은 수 년간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렸는데, 고금리 탓에 거대 부실덩어리가 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충격파에 주식도 이틀 간 29%나 곤두박질쳤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몰락은 시작일 뿐 건전성이 벼랑끝에 내몰린 중소은행들까지 불길이 번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자,

마크 워너 / 美 상원의원
"불안해진 예금주들이 다른 지역은행, 중소은행들에서도 돈을 대거 인출해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연준과 JP모건체이스 등이 700억 달러, 우리 돈 약 91조 원 규모의 자금 수혈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소생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미국 은행권이 보유한 증권 가운데 800조 원 가량은 뱅크런 때 손실을 떠안고 매각해야 하는 미실현 손실인 상황.

미래 손실을 나타내는 기타포괄손익 누계가 적자인 잠재적 부실 은행도 10곳이 넘습니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짙어지는 기시감에 세계 경제가 떨고 있습니다.